제1장

“서미희, 너 잘못했다고 빌 거야, 안 빌 거야?”

서미희의 코와 입이 물에 잠겨 목구멍이 따끔거릴 정도로 사레가 들렸다.

죽음의 문턱에서 눈을 뜨자, 수영장가에 서 있는 둘째 오빠 서남윤과 김서아를 안고 있는 넷째 오빠 서북현이 보였다.

그녀의 눈에 당혹감이 스쳤다. 이 장면, 정말 익숙했다.

나, 죽지 않았었나?

설마 3년 전, 김서아가 서씨 집안의 양녀로 정식 입양되던 그날로 돌아온 건가?

파티에서 김서아는 일부러 자신을 함정에 빠뜨려, 마치 자신이 김서아를 밀어 물에 빠뜨린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넷째 오빠 서북현이 가장 먼저 그들을 발견했지만, 그는 김서아만 구하고 똑같이 수영을 못 하는 자신은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도록 내버려 뒀다.

둘째 오빠는 잘못을 인정하라며 자신을 다그쳤다.

마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구해주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그녀는 물속에서 절망적으로 발버둥 치며 잘못했다고 빌고, 오빠들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죽기 직전에야 겨우 구조되었다.

그 이후로 그녀는 다시는 김서아를 건드리지 못했고, 집안 오빠들의 비위를 맞추며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하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무엇이었나?

김서아가 그녀의 졸업 논문 성과를 훔쳤고, 둘째 오빠 서남윤은 김서아의 편에서 증언하며 그녀를 표절자로 몰아 퇴학당하게 만들었다.

김서아의 몸이 좋지 않아 신장 이식이 필요하자, 셋째 오빠 서시우는 직접 그녀를 수술실로 데려가 김서아에게 신장을 이식해 주었다.

김서아가 국제 대회 수상 경력으로 스펙을 쌓아야 하자, 넷째 오빠 서북현, 다섯째 오빠 서우현, 여섯째 오빠 서유민은 주저 없이 자신을 팀에서 내쫓았다.

서미희는 김서아의 논문 표절과 병력 위조 증거를 찾아내 첫째 오빠에게 가져가 김서아의 정체를 폭로하려 했다.

하지만 오히려 모두의 분노만 샀을 뿐,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고 증거를 제대로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첫째 오빠 서동하는 그녀에게 반성하라며 집에서 쫓아냈다.

그녀는 길거리를 떠돌며 무일푼으로 온갖 고생을 다 했다.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자, 서미희는 발버둥 치기를 포기하고 그대로 수영장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뜬 채 무표정한 얼굴로, 마치 죽은 사람 같았다.

그녀는 수영장가에서 김서아를 둘러싸고 있는 오빠들을 보았다. 다시 보는 장면임에도 심장이 에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정말 우습군.

친동생인 자신이 남보다도 못하다니.

수영장가에 있던 둘째 오빠 서남윤은 계속 김서아에게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 서미희가 허우적거리는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자 그제야 수영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서미희는 이미 수영장 바닥에 가라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서남윤의 얼굴이 순간 새하얗게 질렸다. “미희야!”

풍덩, 서남윤은 앞뒤 가릴 것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김서아는 서미희가 가라앉는 것을 보고 눈빛을 반짝였다. 서미희가 죽어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일부러 힘없는 척하며 넷째 오빠 서북현의 옷소매를 붙잡고 나지막이 말했다. “콜록, 넷째 오빠. 저도 미희 언니 구하러 가야 해요. 언니는 저 때문에 물에 빠진 거니까요.”

서북현도 원래는 걱정하고 있었지만, 그 말을 듣자 황급히 김서아를 달랬다. “쓸데없는 소리 마. 둘째 형이면 충분해. 서미희 걔, 자업자득이야. 죽진 않을 테니까!”

서북현은 수영장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복잡한 눈빛을 보였다.

물속에 있던 서미희는 자신을 향해 헤엄쳐 오는 둘째 오빠 서남윤을 보았다. 그의 얼굴에 어린 걱정은 거짓말 같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라며 윽박지르고,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자신을 냉정하게 방관하던 사람이었다.

이번에는 그가 구해주는 것 따위 바라지 않았다.

서미희의 눈에 조소가 어렸다. 그녀는 몸을 돌려 수면 위로 헤엄쳐 나갔다.

지난 생에서는 익사 사건 이후, 둘째 오빠가 억지로 김서아에게 수영을 배우게 했다.

그녀는 이미 트라우마가 생겼지만, 둘째 오빠를 만족시키기 위해 두려움을 참고 억지로 수영을 배웠다. 하지만 결국 둘째 오빠는 심리적 공포를 극복한 김서아가 용감하다며 칭찬할 뿐이었다.

자신이 일부러 물속에 1분간 방치되었을 때 심각한 후유증이 남았다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가 어떤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서남윤의 눈에는 오직 김서아뿐이었다.

“서미희, 너 또 무슨 장난이야. 물에 빠진 척하면 네가 저지른 잘못이 없어질 줄 알아?”

서남윤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서미희가 어딘가 많이 변한 것 같았다. 언제 수영을 배운 거지?

서미희는 고개를 들어 눈앞의 둘째 오빠 서남윤을 보았다. 예전에는 둘째 오빠를 가장 좋아했다.

첫째 오빠는 매우 엄격해서, 둘째 오빠만이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서남윤의 눈에는 혐오와 짜증만이 가득했다.

김서아의 가녀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둘째 오빠, 이건 미희 언니 잘못이 아니에요. 언니가 제가 서씨 집안 사람이 되는 걸 싫어하는 거 알아요. 제가 너무 욕심이 많았어요. 가족이 생길 거라는 헛된 기대를 하면 안 됐는데. 저 때문에 싸우지 마세요. 흑흑, 두 분 다 저한테는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란 말이에요.”

넷째 오빠 서북현이 고개를 들어 서미희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제 만족하냐! 서아 아버지가 널 구하려다 돌아가시지만 않았어도 걔가 고아가 되진 않았을 거라고. 너 같은 배은망덕한 애는 애초에 구해주지 말았어야 했어! 차라리 죽게 내버려 뒀어야 했는데!”

서남윤이 미간을 찌푸렸다. “미희야, 사람은 양심이 있어야지. 우린 서아를 한 가족으로 대해야 해. 이건 우리 서씨 집안이 걔한테 진 빚이고, 무엇보다 네가 걔한테 진 빚이야. 알겠어?”

“둘째 형, 쟤처럼 은혜도 모르는 애가 뭘 알겠어요. 알았다면 서아를 물에 밀치는 짓 같은 건 하지도 않았겠죠. 김 기사님이 개 한 마리를 구했어도 쟤보다 나았을 거예요!”

서미희는 마치 황량한 벌판에 서 있는 것처럼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차라리 그때 구조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녀는 폐가 타는 듯한 고통을 참으며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 제 잘못이에요. 앞으론 안 그럴게요.”

다시는 이런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을 테니까.

그들이 김서아를 여동생으로 삼고 싶어 하니, 자신은 빠져주기로 했다.

“미희야, 너 정말 일부러 그런 거야? 서아가 수영 못하는 거 알면서, 사람 죽을 뻔했어!”

서남윤은 크게 실망했다. 그저 사고인 줄 알았는데, 서미희가 정말로 김서아를 죽이려 했다니.

서미희가 언제부터 이렇게 악독해졌지?

그때 가정의가 도착했고, 서북현은 서미희를 향해 쏘아붙였다. “서아한테 아무 일 없길 기도하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첫째 형 돌아오시면 각오해야 할 테니까.”

서남윤은 몇 걸음 따라가다, 뒤돌아 흠뻑 젖은 채 창백한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는 서미희를 보고는 순간 마음이 약해졌다.

그가 입을 열었다. “너 일단 방에 들어가서 옷부터 갈아입어. 파티 곧 시작할 테니까.”

서미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곧 그곳에는 그녀 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그녀는 그들이 모두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허리를 숙여 폐가 튀어나올 것처럼 격렬하게 기침했다.

목구멍으로 차오르는 비릿한 피 맛을 삼키고, 힘겹게 몸을 일으켜 방으로 돌아갔다.

욕조에 몸을 담근 채 눈을 감자, 지난 생에 길거리로 나앉고 흑화하여 김서아를 죽이려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실패했다.

그녀는 첫째 오빠에 의해 정신병원에 갇혔고, 김서아가 매수한 간병인에게 고문당하다 죽었다.

그녀는 얼굴을 감싸 쥐고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아주 잘됐네.

서미희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 눈빛은 더없이 차가웠다.

서미희는 옷을 갈아입고 눈앞의 침실을 바라보았다. 아직은 낯설었다.

지난 생에, 이 침실마저 결국 김서아에게 넘어갔고, 자신은 김서아가 쓰던 작은 방에서 지냈다.

서미희는 책상 위에 놓인 가족사진을 보았다. 젊은 부부가 갓난아기를 안고 있었고, 그 옆에는 여섯 명의 남자아이가 서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녀가 태어난 지 몇 년 안 되어 부모님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운전기사가 먼저 그녀를 구출하고 부모님을 구하러 돌아갔을 때, 기름 탱크가 폭발하며 운전기사도 함께 목숨을 잃었다.

김서아는 그 운전기사의 유일한 딸이었고,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다.

사고 후, 첫째 오빠는 김서아를 서씨 집안으로 데려와 그녀와 함께 키웠다.

김서아가 나타난 후 모든 것이 변했다.

그녀가 가장 좋아했던 오빠들이 모두 김서아의 편을 들었다.

“김서아는 몸이 약하니, 내가 특별히 걔한테 맞는 음식을 만들어 줄 요리사를 불렀어. 미희 네가 서아가 밥 잘 먹는지 감독 좀 해.”

“서미희, 서아도 그림 배우고 싶어 하더라. 어차피 너도 거의 다 배웠으니 선생님을 걔한테 양보해.”

“서미희, 이번 대회는 네가 빠져. 2등인 서아가 학교 대표로 출전하게 해줘. 걔 오랫동안 준비했어.”

“서미희, 서아 성적이 낮으니까, 너 걔랑 같은 대학교 지원해. 나중에 서로 의지할 수 있게.”

….

서미희는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심장에 촘촘한 통증이 퍼져나갔다.

그녀는 숨을 조금씩 내쉬며 겨우 고통을 억눌렀다.

이번 생에서는 다시는 서씨 집안과 어떤 관계도 맺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사진을 치우고, 고개를 숙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녀가 문을 두드렸다. “아가씨, 파티가 시작되었습니다. 둘째 도련님께서 옷 갈아입고 내려오시라고 하셨어요.”

“알았어.”

서미희는 방문을 열고 곧장 시끌벅적한 파티장으로 향했다.

하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중얼거렸다. “아가씨, 저게 무슨 옷이야. 설마 충격받아서 미치기라도 한 건가?”

바깥의 파티장.

김서아는 하얀색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검은 긴 머리를 어깨에 늘어뜨린 채, 청순하고 착한 옆집 동생 같은 모습이었다.

둘째 오빠 서남윤과 넷째 오빠 서북현이 그 옆에 서서 온화하고 다정한 눈빛으로 김서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누가 봐도 무척이나 다정해 보였다.

서남윤은 문득 서미희를 떠올렸다. 그녀도 저렇게 얌전하고 착하면 얼마나 좋을까.

최근 몇 년간, 서미희의 성격은 갈수록 제멋대로에 안하무인이 되어갔다.

“서미희 왔다!”

다음 챕터